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좋은글귀

깊은 가을

★깊은 가을 / 도종환 ★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 있는

가을을 한 잎 두 잎 뽑아내며

저도 고요히 떨고 있는

바람의 손길을 보았어요.


생명이 있는 것들은

꼭 한 번 이렇게

아름다운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











알려 주며 천천히 고로쇠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만추의 불꽃을 보았어요.


억새의 머릿결에

볼을 부비다 강물로 내려와

몸을 담그고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댈 때마다 튀어 오르는

햇살의 비늘을 만져 보았어요.








알곡을 다 내주고

편안히 서로 몸을 베고 누운

볏짚과 그루터기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향기로운 목소리를 들었어요.


가장 많은 것들과

헤어지면 서 헤어질 때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살며시 돌아눕는 산의 쿨럭이는

구릿빛 등을 보았어요











어쩌면 이런 가을 날

다시 오지 않으리란 예감에


까치발을 띠며 종종대는

저녁 노울의 복숭아 볼을 보았어요


깊은 가을,

마애불의 흔적을 좇아 휘어져

내려가다 바위속으로 스이는


가을 햇살을 따라가며

그대는 어느 산기슭 어느 벼랑에서

또 혼자 깊어가고 있는지요.

 


-도종환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중- 











좋은글귀 좋은글 더보기




★ #좋은글 좋은글귀 어플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으세요

아래 이미지 클릭   무료 설치하기


 

성경말씀 오늘의양식 어플        고르디쥬얼리 쇼핑몰






'좋은글 좋은글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아 있는 이야기는  (0) 2018.11.12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외  (0) 2018.11.11
탈무드의 명언  (0) 2018.11.10
매일 봐도 좋은글 외 1  (0) 2018.11.10
하늘이 내려준 선물 외 1편  (0) 2018.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