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안진 좋은시 모음 ★
말하지 않은 말
유안진
말하고 나면 그만
속이 텅 비어 버릴까봐
나 혼자만의 특수성이
보편성이 될까봐서
숭고하고 영원할 것이
순간적인 단맛으로 전락 해버릴까 봐서
거리마다 술집마다 아우성치는 삼사류로
오염될까봐서
'사랑한다' 참 뜨거운 이 한마디를
입에 담지 않는 거다
참고 참아서 씨앗으로 영글어
저 돌의 심장부도 속에 고이 모셔져서
뜨거운 말씀의 사리가 되어라고.
☆★☆★☆★☆★☆★
가 을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 보다도
마른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면
눈 감은 채 고즈넉이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써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사람은
앉아 있어야 할 때
앉아서 두 손안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두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거라
☆★☆★☆★☆★☆★
갈대꽃
유안진
지난여름 동안
내 청춘이 마련한
한줄기의 강물
이별의 강 언덕에는
하 그리도
흔들어 쌓는
손
그대의 흰손
갈대꽃은 피었어라
☆★☆★☆★☆★☆★
구절초
유안진
들꽃처럼 나는
욕심없이 살지만
그리움이 많아서
한이 깊은 여자
서리 걷힌 아침나절
풀밭에 서면
가사장삼 입은
비구니의 행렬
그 틈에 끼어든
나는
구절초
다사로운 오늘 볕은
성자의 미소
☆★☆★☆★☆★☆★
꽃 지는 날에
유안진
열매 맺기 위해서
꽃은 떨어져야 한다
된서리를 맞아야
열매 또한 무르익음을
이 확실한
자연법칙을 믿으며
인간 세상
눈비 속을.
☆★☆★☆★☆★☆★
꿈
유안진
차라리
내가 반쯤 죽어야
그대를 보는가
철따라
궂은 비 뿌리는 내 울안
벙어리 되어 흘려 보낸
어두운 세월의
어느 매듭에서
눈먼 혼을 불러
풋풋이 움 틔우며
일월을 거느려
그대 오는가
목숨과 맞바꾸는
엄청난 이 보배
차라리
내가
온채로 죽어야
그대를 보는가
☆★☆★☆★☆★☆★
낙엽 쌓인 길에서
유안진님
한 번 더
나를 헐어서
붉고 붉은 편지를 쓸까 봐
차갑게
비웃는 바람이
내 팽개친들 도 어떠랴
눈부신 꿈 하나로
찬란하게
죽고만 싶어라
☆★☆★☆★☆★☆★
눈사람
유안진
사람이 그리운 날엔
눈사람을 만들자
꿈의 모습을
빚어보자
수묵화 한 폭속에
호젓이 세워놓고
그윽히 바라보며
이 겨울을 견디리
꿈이여 언제나
꿈으로만 사라져도
못내 춥고 그리운 날엔
사람 하나 지어 눈 맞춤 하리라
☆★☆★☆★☆★☆★
들국화
유안진
한얼산
기도원 올라가는 길에
소슬히 웃고 선
막달라 마리아
멸시를 이기더니
통곡을 삼키더니
영원한 남성의
영원한 사랑을 획득하고 만
여자
어리석은 그 여자가
지혜롭게 곰삭인
잘못 살아온 세월의 빛깔
보라빛 연보라
천상의 웃음 띠고
마중 나오신 성녀
막달라 마리아
☆★☆★☆★☆★☆★
멀리 있기에
유안진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어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
서리 꽃
유안진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오면
편지를 쓴다
붙이지 못할 기인 사연을
작은 이 가슴마저
시려드는 밤이면
임자 없는 한 줄의
시를 찾아 나서노니
사람아 사람아
등만 보이는 사람아
유월에도 녹지 않는
이 마음을 어쩔래
육모 서리 꽃
내 이름을 어쩔래
☆★☆★☆★☆★☆★
실패할 수 있는 용기
유안진
눈부신 아침은
하루에 두 번 오지 않습니다.
찬란한 그대 젊음도
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어질머리 사랑도
높푸른 꿈과 이상도
몸부림친 고뇌와
보석과 같은 눈물의 가슴앓이로
무수히 불 밝힌 밤을 거쳐서야 빛이 납니다.
젊음은 용기입니다.
실패를 겁내지 않는
실패도 할 수 있는 용기도
오롯 그대 젊음의 것입니다.
☆★☆★☆★☆★☆★
아침 기도
유안진
아침마다
눈썹 위에 서리 내린 이마를 낮춰
어제 처럼 빕니다.
살아봐도 별수없는 세상일지라도
무책이 상책인 세상일지라도
아주 등 돌리지 않고
반만 등 돌려 군침도 삼켜가며
그래서 더러 용서도 빌어가며
하늘로 머리 둔 이유도 잊지 않아가며
신도 천사도 아닌 사람으로
가장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라 울고 웃어가며
늘 용서 구할 꺼리를 가진
인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너무들 당당한 틈에 끼여 있어
늘 미안한 자격 미달자로
송구스러워하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
★ #좋은글 좋은글귀 어플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으세요
아래 이미지 클릭
성경말씀 오늘의양식 어플 고르디쥬얼리 쇼핑몰
착해지는 날
유안진
살았던 곳들은
모두 다 고향들이었구나
괄시받은 곳일수록
많이 얻고 살았구나
행차 지나간 뒤에
나팔 부는 격이지만
갈지자로 세상을 살고 나서
불현듯 마음 착해지는 날은
울고 싶은 사람 뺨쳐주는
적선이라도 하고 싶다
그런 악역이라도 자청하고 싶어진다.
☆★☆★☆★☆★☆★
휘파람을 불어 다오
유안진
이 허황된 시대의 한 구석에
나를 용납해준 너그러움과
있는 나를 없는 듯이 여기는
괄시에 대한
보답과 분풀이로
가장 초라하여 아프고 아픈
한 소절의 노래로
오그라들고
꼬부라지고 다시 꺾어 들어서
노래 자체가 제목과 곡조인
한 소절의 모국어로
내 허망아
휘파람을 불어 다오
☆★☆★☆★☆★☆★
'좋은글 좋은글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혼을 감동시키는 명언모음 (0) | 2018.06.30 |
---|---|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는 일곱 가지 방법 (0) | 2018.06.29 |
때로는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명언모음 (0) | 2018.06.29 |
우리 이렇게 살면 정말행복 할텐데 (0) | 2018.06.28 |
20초의 시간으로 배우는 현자의 지혜 (0) | 2018.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