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평범한 이들의 식탁 위에 놓이는
작은 목마름 적셔주는
그런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온전하게 그대 온 몸을 돌고 돌아
땀이 되고 눈물이 되고 사랑이 되어
봄날 복스런 흙가슴 열고 오는
들녘의 꽃들처럼 순한 향기로 건너와
조용 조용 말 건네는 그대 숨소리면 좋겠네
때로는 빗물이 되어
그대 뜰로 가랑 가랑 내리면서
꽃 몇 송이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
사랑이라는 것이
아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타서 재가 되는 절망이 아니라면 좋겠네
내 가슴 불이 붙어
잠시 황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물 한 모금 나누어 마실 줄 아는
순하고 욕심없는
작은 기쁨이면 좋겠네
물 한모금 먼저 퍼서 건낼 줄 아는
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그치지 않고
결코 거역하거나
배반할 줄 모르는 샘물이 되어서
그 눈빛 하나로 세상 건널 수 있으면 좋겠네
아,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들녘 여기 저기 피어나는
평범한 꽃들의 목을 적시는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김시천-
★12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다
뒷맛이 개운해야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다
뒤끝이 깨끗한 만남은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두툼했던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걸려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보석같이 소중히 아끼자
이미 흘러간 시간에
아무런 미련 두지 말고
올해의 깔끔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자.
시작이 반이듯이
끝도 반이다!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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