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시 모음/정용철외 3편★
★행복한 12월
나는 12월입니다.
열한달 뒤에서 머무르다가
앞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네요.
돌아설 수도,
더 갈 곳도 없는 끝자락에서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지금
나의 외로움으로 희망을 만들고
나의 슬픔으로 기쁨을 만들며
나의 아픔으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를
"행복한 12월"이라 불러 주세요
-정용철-
★12월 어느 오후
덜렁 달력 한 장
달랑 까치 밥 하나
펄렁 상수리 낙엽 한 잎
썰렁 저녁 찬바람
뭉클 저미는 그리움
-손석철·시인-
★12월의 시
마지막 잎새 같은 달력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네
일년동안 쌓인 고통은
빛으로 지워버리고
모두 다 끝이라 할 때
후회하고 포기하기보다는
희망이란 단어로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네
그대 사랑했으면 좋겠네
그대 행복했으면 좋겠네
-김사랑·시인-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묵은 편지의 답장을 쓰고
빚진 이자까지 갚음을 해야 하리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하였으니
이른 아침 마당을 쓸 듯이
아픈 싸리비 자욱을 남겨야 하리
주름이 잡히는 세월의 이마
그 늙은 슬픔 위에
간호사의 소복 같은 흰눈은 내려라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허영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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